1. 덕수궁에서 만나는 초현실주의, 한국 미술사의 숨겨진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기획전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2025.4.17~7.6)은 한국 근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의 두 번째로, 20세기 초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했던 작가들이 만들어낸 초현실주의적 시도와 상상의 세계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이 보여준 환상, 무의식, 꿈의 이미지들은 단순한 양식적 모방이 아닌 한국근대미술 고유의 성찰과 상상력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2. 참여 작가들을 통해 본 한국식 초현실주의의 확장
이번 덕수궁관 전시에는 총 49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그중에서도 김욱규,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김종하, 신영헌, 김영환, 박광호 등이 중심에 있습니다. 이들은 서구 초현실주의의 표현 형식을 빌리되,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내면을 토대로 자신만의 화풍을 창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근대 화단에서 초현실주의가 단지 유입된 양식이 아닌, 창조적 수용과 변형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3. 전쟁과 현실을 초월한 작가들의 내면 세계
예를 들어 김욱규는 속초에서 은둔하며 초현실주의적 내면세계를 화폭에 담았고, 김종남은 재일작가로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림을 남겼습니다. 김종하는 청각장애를 극복하며 전통 기법과 환상의 접점을 만들었고, 신영헌은 전쟁 폐허와 인간의 고통을 진지하게 응시했습니다. 김영환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환상의 언어로 풀어냈고, 박광호는 심리학적 감정 구조를 철학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초현실주의의 한국적 해석이 어떻게 감성과 시대를 관통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질적 존재들이 숨어 있는 김종남의 ‘수변’(1941)./이타바시구립미술관 (출처: 골방서 홀로 완성한 초현실주의… 드디어 빛 보다 )
4. 덕수궁에서의 전시 경험, 감성의 치유로 이어지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회화, 조각, 판화 등 2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며, 매일 전시 해설과 미학 강연도 함께 열립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감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으며, 전시 후 덕수궁 정원을 함께 산책하면 예술과 일상의 연결이 완성됩니다.
초현실주의라는 낯설지만 매혹적인 언어를 통해, 미술이 건네는 무의식의 메시지를 느껴보세요. 한국근대미술의 또 다른 흐름과, 우리가 놓쳐온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만나는 이 특별한 전시는, 지금 이 순간 꼭 경험해봐야 할 서울의 미술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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