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36

초현실과 현실의 경계, ‘론 뮤익 전시’를 다녀오다

1. 극사실주의 조각의 대가, 론 뮤익은 누구인가론 뮤익(Ron Mueck)은 호주 출신의 현대 조각가로, 인간의 몸을 실물보다 훨씬 크거나 작게 조형하여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원래 TV와 영화 특수효과 제작자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조각 작품 활동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그의 작품은 단순한 모형을 넘어, 주름 하나하나, 피부의 혈색, 표정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재현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숨 쉬는 듯한 조각’을 마주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번 론 뮤익 전시는 작가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되며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2. 전시장 구성과 주요 작품 소개이번 론 뮤익 전시는 약 10여 점의..

ART 2025.04.29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1. 덕수궁에서 만나는 초현실주의, 한국 미술사의 숨겨진 장면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기획전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2025.4.17~7.6)은 한국 근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의 두 번째로, 20세기 초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했던 작가들이 만들어낸 초현실주의적 시도와 상상의 세계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이 보여준 환상, 무의식, 꿈의 이미지들은 단순한 양식적 모방이 아닌 한국근대미술 고유의 성찰과 상상력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2. 참여 작가들을 통해 본 한국식 초현실주의의 확장이번 덕수궁관 전시에는 총 49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그중에서도 김욱규, 김종남(마나베 히데..

ART 2025.04.22

신을 비난한 화가, 막스 베크만 작가의 전쟁과 절망

1. 신즉물주의, 전쟁이 낳은 리얼리즘의 또 다른 얼굴 여러분은 혹시 ‘신즉물주의’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신즉물주의는 20세기 독일에서 등장한 예술 사조로, 감정 과잉의 표현주의에 반해 차갑고 풍자적인 리얼리즘을 추구했습니다. 이 사조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럽을 강타한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수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촉진하기도 했습니다.이번에 살펴볼 **막스 베크만 작가(Max Beckmann)**는 그 신즉물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전쟁, 폭력, 인간의 운명을 작품으로 끌어올리며 20세기 독일 미술의 중요한 목소리로 남게 됩니다. 2. 전장을 향한 호기심, 그리고 무너진 이상 막스 베크만는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

ART 2025.04.16

전장을 그린 화가, 폴 내시가 말한 ‘기억의 그림’

1. 해군이 되고 싶었던 소년, 화가가 되다오늘 소개할 인물은 20세기 영국 모더니즘 미술의 대표 주자인 **폴 내시(Paul Nash)**입니다. 그의 삶과 그림은 1차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동의 시대와 맞닿아 있습니다. 어릴 적 꿈은 해군이었지만, 시험에 낙방한 뒤 그림으로 눈을 돌린 그는 전원 풍경을 사랑하는 평화로운 화가로 성장했습니다.그를 본격적인 예술가의 길로 이끈 건 슬레이드 예술대학에서의 학업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벤 니콜슨, 크리스토퍼 네비슨, 에드워드 워즈워스 등과 함께 시대를 이끌 예술가로 성장해 나갔죠. 그러나 1914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갔고, 폴 내시 역시 그 중심에 서게 됩니다.2. 예술가 부대에서 다시 시작된 군인의 꿈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

ART 2025.04.15

예술인가 선전인가: 아사이 추 작가의 전쟁화가 남긴 질문

1. 전장을 향한 붓, 예술가 아사이 추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아사이 추 작가(1856~1907)**는 일본 근대 서양화의 기틀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전원생활을 정감 있게 그리던 그는 청일전쟁을 계기로 전쟁화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특히, 신문사 지지신보의 통신원 자격으로 파견되어 직접 전장을 목격하고 그림을 남긴 경험은 그의 화풍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당시 일본 화가들 중 많은 이들이 정부나 언론사의 의뢰를 받아 종군화가로 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사이 추 작가는 스케치와 유화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내국권업박람회 등 주요 전람회에 출품했고, 그의 그림은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2. 인도주의의 얼굴을 한 선전: 『히구치 대위, 어린이를 돌보..

ART 2025.04.14

전장을 그린 붓끝, 미즈노 토시카타의 <평양전투>와 <성환전투>

1. 전쟁을 기록한 일본 판화, 그 안의 의도19세기 말 일본에서 유행한 우키요에 판화는 대중적 소비를 위한 이미지 매체로, 시대를 반영한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특히 청일전쟁(1894~1895) 당시에는 전쟁을 다룬 **니시키에(색채 목판화)**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시기 많은 화가들이 전장을 배경으로 한 그림을 쏟아냈고, 그 중심에는 **미즈노 토시카타(Mizuno Toshikata)**가 있었습니다. 그는 , 등 청일전쟁을 주제로 한 여러 작품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과 우월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했습니다.2. : 영웅화된 일본군의 리더십 는 1894년 9월 15일 조선 평양에서 벌어진 전투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화면 중앙에는 검은 군복을 입은 일본 장교가 군을 ..

ART 2025.04.14

전장에서 태어난 미학, 페르낭 레제의 기계적 인간

1. 포화 속에서 다시 태어난 작가오늘 소개할 **페르낭 레제 작가(Fernand Léger)**는 단순한 화가를 넘어 조각, 영화, 건축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20세기 현대미술의 큰 줄기를 형성한 인물입니다. 그는 파블로 피카소, 브라크와 함께 **입체파 운동(Cubism)**의 주요 작가로 활약했고, 전위미술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기계미학의 화가로 거듭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전쟁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레제는 프랑스 군에 징집되어 공병으로 복무하며 3년 6개월 동안 참호를 누볐습니다. 그가 배치된 베르덩 전선은 가장 치열했던 전투 지역이었고, 레제는 들것 운반병으로서 수많은 전우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이 끔찍한 경험이 페르낭 레제 작가의 미술 세계를 완전히 바꿔..

ART 2025.04.14

전쟁을 그린 예술가, 오토 딕스의 끝없는 악몽

1. 전장을 선택한 청년, 예술가가 되다**오토 딕스 작가(Otto Dix)**는 20세기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붓으로만 세상을 표현한 예술가는 아닙니다. 그는 직접 총을 들고 전장에 나섰고, 이후 자신의 눈으로 목격한 전쟁의 참상을 평생 동안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딕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발적으로 독일군에 입대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나는 리얼리스트다”라고 선언하며, 전쟁이라는 현실을 직접 보고 겪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렇듯 사실을 체험하고자 했던 그의 예술관은 전쟁을 거치며 극단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2. 전장에서 태어난 작품들 오토 딕스 작가는 전쟁 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습니다. 훈련소에서 찍은 듯한 ‘군인 자화..

ART 2025.04.14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외친 한마디, “이건 당신들이 했소”

1. 전쟁을 예술로 고발하다**파블로 피카소 작가(Pablo Picasso)**는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놓치기 쉬운 그의 면모가 있습니다. 바로 ‘전쟁을 고발한 화가’라는 점입니다. 그의 대표작 『게르니카』는 20세기 역사화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37년, 나치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를 폭격한 사건을 계기로 제작되었습니다. 당시 민간인 사망자만 1,500명에 달했으며, 피카소는 이 비극 앞에 단 5주 만에 80평이 넘는 대작을 완성했습니다. 그에게 예술은 치장도, 장식도 아닌 무기였고, 『게르니카』는 그의 가장 강력한 항의였습니다.2. 작품 속 비명, 그리고 상징작품은 흑백 톤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치 신문 활자처..

ART 2025.04.14

전쟁을 담담하게 그린 시선, 윈슬로우 호머 작가의 따뜻한 사실주의

1. 미국인이 사랑한 화가, 윈슬로우 호머**윈슬로우 호머 작가(Winslow Homer)**라는 이름은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국민 화가로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인물입니다. 19세기 미국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그는, 광활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진중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가입니다. 특히 바다와 전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호머 작가 특유의 절제된 감성이 강하게 드러납니다.그는 유럽 중심의 미술 전통에서 벗어나, 미국의 삶과 풍경을 예술의 중심에 세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남북전쟁을 그린 『전선에서 온 포로들』과 『비 오는 날의 주둔지』입니다.2. 전장을 스케치한 통신원, 화가가 되다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윈슬로우 호머 작가는 '하퍼스 위클리(Harper's Weekly)' 통..

ART 2025.04.14